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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세 아늑하고, 물빛 푸른 아름다운 섬, 전남 여수 낭도에는 뱃일 경력 50년 차인 어머니 마재심 씨(70세)와 4년 전 귀어한 아들, 선장 박인수 씨(50세)가 삽니다. 모자는 거친 파도를 헤치고 주꾸미 낚시를 나섰습니다. 50년 차 어부답게 재심 씨는 손끝에 전해지는 감각만으로도, 문어만큼 큼직한 주꾸미를 연달아 낚아챕니다.
순식간에 주꾸미로 한 양동이 가득 채우더니, 어디론가 급히 걸음을 옮기는 재심 씨. 바다를 코앞에 둔 작은 식당입니다. 재심 씨는 이 식당의 어엿한 사장님, 올해로 3년 차입니다.
꽃게, 굴, 오징어 등 각종 해산물이 푸짐하게 들어간 라면에 막걸리 식초로 감칠맛을 더한 서대회무침이 식당의 인기 메뉴입니다. 타고난 손맛과 인심, 그리고 손수 농사지어 쓴다는 자급자족 식재료로 입소문이 나면서, 재심 씨의 식당은 오픈 3년 만에 낭도 맛집으로 등극했습니다.
실은, 식당의 식 자도 몰랐던 그녀입니다. 4년 전, 낭도에 다리가 놓이면서, 오지나 다름없던 섬에 사람들이 찾아들기 시작했고, 그때 재미 삼아 가스버너에 파전을 부쳐 팔다 보니, 어쩌다 식당 사장까지 된 것입니다. 문제는 손님은 밀려드는데 직원이 없다는 것입니다. 일꾼이라곤 사장인 재심 씨와 자칭 식당 머슴인 아들, 단둘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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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한 콩 심은 데 부지런한 콩 나듯, 아들 인수 씨도 부지런한 어머니를 닮아 매일이 분주합니다. 어머니 식당에서 서빙하랴, 마감하랴, 식당 보조는 기본입니다. 뱃일도 해야 하고, 마을 어르신들의 애로사항을 살피며, 바다에 빠진 이들까지 구하러 다녀야 합니다.
다급할 때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나타난다 하여 그에게 붙은 별명이 낭도 홍반장, 아니 박반장입니다. 이제는 마재심의 아들이 아니라, 낭도의 아들이 된 인수 씨. 알고 보면, 이력이 화려합니다. 내로라하는 국가기관에서 위성체를 제작했던 엔지니어로, 국내외를 오가며 활동했습니다.
남들의 부러움 사던 직업을 내려놓고 과감히 귀향을 한 이유는, 아버지의 죽음 때문이었습니다. 긴 투병 끝에 아버지가 세상을 뜨고, 홀로 남겨진 어머니 재심 씨를 두고 볼 수가 없었답니다.
강인한 줄 알았던 어머니 재심 씨도 아버지의 빈자리를 힘겹게 견디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 하여 열여섯에 떠났던 고향으로, 30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는 아들 인수 씨. 아버지가 생전 타고 다니던 작은 고깃배를 몰며, 아버지가 했던 방식 그대로 고기를 잡고, 바다를 꿈꾸는 선장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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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 얼기 전에 서둘러 밭의 무를 뽑고 싶은 재심 씨. 인수 씨에게 도움을 청해보지만, 아들은 이미 관광선 손님 예약이 잡혀 있는 상태입니다. 며칠만 미뤘다 하자는 아들의 타협안에도 불구하고, 바지런한 재심 씨는 홀로 밭으로 향합니다. 정성스레 만든 음식을 손님들이 맛있게 먹어주는 것이 그녀에겐 가장 큰 기쁨인 까닭입니다.
그래서 밭농사도 늘리고, 무, 배추, 부추, 상추, 방풍 등등 온갖 채소를 전부 길러서 쓸 정도입니다. 널따란 밭에 재심 씨 혼자서 뽑은 무가 수북이 쌓여갈 때쯤, 인수 씨는 어머니의 부재를 눈치챘습니다.
식당에도, 집 안에도 보이지 않고, 심지어 전화도 받지 않습니다. 보나 마나 빤합니다. 부랴부랴 무밭으로 향하는 인수 씨. 역시나 몸 아끼지 않고 일손을 서두르는 어머니가 보입니다. 뱃일로 피곤한 몸을 이끌고, 무를 묻을 땅을 파는데, 몸이 고달프니, 평소와 다르게 짜증이 솟구칩니다.
어머니의 일 욕심은 어디에서 비롯된 걸까. 곰곰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식당 때문인 것 같습니다. 결국 고민 끝에, 인수 씨는 식당 영업시간을 줄여보면 어떻겠냐 어머니에게 제안을 하는데요.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씨알도 안 먹힙니다. 식당을 하느라 1년 365일 쉬는 날이 없다는 마 사장과 박 선장. 모자의 일상에는 언제쯤 여유가 찾아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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